나의 생각들

발가벗은 나

고수 지망생 2024. 3. 21. 00:26

스파르타 코딩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나는 많은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자리인 '팀장'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여러 프로젝트에 팀장을 해오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팀장과 현재 내가 생각하는 팀장의 의미는 아주 많이 바뀐 것 같다. 단순히 나의 의견을 치켜세울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팀원의 폼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어떤 환경에서도 팀을 포기하지 않고 이끄는 것,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을 때 윤활 역할을 도맡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팀장을 할 때마다 점점 자신을 잃었다. 알면 알수록 내가 생각하는 나와 팀장의 자리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전 프로젝트 직전 나 스스로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로 달했고 결국 팀원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리더와 부리더가 없는 팀으로 배정되었고 이 기회에 다시 리더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불안한 상태로 시작한 프로젝트도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나와 팀원들 개개인은 서로 의견합치가 되지 않았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나는 이 팀에 대한 불만을 쏟으며 개인프로젝트로 빠지기로 결심했는데 의도치 않게 팀이 와해가 되었다. 결국 개인이 되었지만 매니저님, 튜터님, 다른 리더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는 팀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치 않게 B7조도 우리조와 비슷한 상황이었고 함께 팀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B7조에는 기존 리더님이 계셨고 나는 부리더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나와 리더님은 서로의 의견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싸우기 시작했다. 리더님은 나와의 트러블로 지칠대로 지치신 상태였고 나는 '팀플은 원래 이런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가 발생했다. 나와 리더님이 끝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정말 '원래 이런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확히는 '원래 그런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 순간에 수치스러움이 몰려왔다. 어디서 많이 느껴본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고등학생 때의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성인이 된 후로 사회성 없고 철없었다고 말하고 다닌 나의 고등학생 시절이 나에게서 보였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그 모습을 탈바꿈 했다고 믿어왔는데 알고 보니 여러겹의 껍데기로 둘러 쌓았을 뿐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본인의 주장을 강하게 세울 필요도, 접을 필요도 없고 상대방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없기에 열심히 나의 모습을 숨기고 살았던 것 같다. 반복적인 팀플, 반복적인 갈등과 동기의 조언이 나를 발가벗겼고 나는 나를 마주했다. 나는 여태까지 나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 '나는 부딪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속여왔던 것에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다.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내일부터 당장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까? 적어도 껍데기를 쓰고 돌아다니진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