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이입이 잘됐어요
며칠 전까지 읽었던 <구의 증명>과 함께 감정이입이 잘된다는 특징을 지닌 책이다. 아픈 아들과 그런 아들을 지켜주려는 처절한 아빠의 마음을 1인칭 시점으로 관점을 바꿔가며 보여준다. 가시고기라는 제목은 다움이가 아빠를 볼 때 가시고기처럼 자식만 돌보다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형상이다. 중후반에 나오는 가시고기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다움이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아픔이 헤아릴 수 없이 크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2.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몰입감을 높여줬어요
실제로 백혈병 환자들이 겪는 후유증이나 치료과정, 부가적인 상황에 대해서 전혀 추상적이지 않고 굉장히 구체적이다. 덕분에 나도 다움이가 어떤 상황인지 실감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다움이의 아빠가 되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의사와 지겹도록 상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까닭에 아빠의 고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3. 기대와 실망이 비례하듯 사랑과 슬픔이 비례한다
다움이 아빠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다움이가 웃으면서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움이와 산 자락 생활을 하다가 다움이의 건강이 호전되는 것에 큰 희망을, 다시 악화되는 것에 절망을 느낀다. 이후에도 롤러코스터처럼 아들의 증세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여 아빠의 건강은 나날이 갈려나간다. 결국 아이의 건강은 회복이 되고 퇴원을 하지만 그토록 원하는 아이의 회복을 미쳐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아빠는 간암으로 죽게된다. 심지어 본인이 죽으면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이혼했던 아내에게 다움이를 넘겨준다. 이때 다움이와의 정을 끊기 위해 죽기 직전에는 다움이에게 호통을 치며 딱딱하게 행동한다. 이런 이별이 아이를 위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남겨질 다움이가 아빠의 죽음을 알고 작별인사를 했더라면 더 건강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4. 암흑이란 벽에 구멍을 뚫는 부성애
한 톨의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다움이를 살리겠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 하나 버려가며 결국은 아이를 살리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픈 아이를 위해 대신 아파주고 싶지만 실제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힘들어하던 아버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아이의 병세는 좋아지고 아버지의 건강은 악화된다. 어쩌면 진짜 간절한 아버지의 마음이 정말로 통한 것일까? 아버지에게 다움이의 아픔이 넘어간 듯이 보였다. 처음엔 집을, 그 다음은 시인으로서의 자존감을, 그 다음으로 콩팥과 마지못해 각막까지 모든 것을 팔아치우고 다움이의 치료비에 보태게 된다.
5. 아버지로서의 가치
아버지는 다움이가 회복되고 전 아내에게 다움이를 보낼 때 전 아내로부터 돈이 든 봉투를 건네 받게 된다. 아직 다하지 못한 치료비에 보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받지 않았다. 본인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팔아치웠던 것을 뛰어넘는 금액이었으나 그렇기에 그동안의 아버지로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아버지로서 다움이를 지켜내고 싶었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6. 행복이 헬륨 풍선이라면 불행은 무거운 쌀 가마 같다
스멀스멀 천천히 올라가는 행복은 불행하지 않고 평안할 때 찾아오기 마련이다. 불행하지 않은 상태라면 행복한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만약 헬륨 풍선에 쌀 가마가 묶인다면 헬륨 풍선이 몇 개든 다 같이 곤두박질을 칠 것이다. 그 풍선이 소중하지 않다면 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아들이나 엄마, 아빠와 같이 소중한 것이라면 끊어내지 못하고 딸려 내려갈 것이다. 그 주위의 모든 풍선과 함께.
7. 나의 1시간은 다른 사람과의 1시간과 다르다
내가 즐겁거나 행복한 1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지옥같은 1년처럼 느껴지는 1시간을 보낸다. 그렇기에 나는 가능하면 자주 현재를 만끽하고 세상을 누리려고 한다. 누구에게나 오는 시련을 걱정하고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과거에 내가 만든 현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