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케터들의 ETL 솔루션 아이디어 검증
마케터들의 데이터 툴에 대한 (눈물나는) 사전 조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케터들이 다루는 데이터 툴과 데이터의 종류, 회사 배경, 마케터의 성향 등 인터뷰를 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뾰족한 페인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피벗을 하게 된다.
갑자기 마케터분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툴에 대한 공부와 인터뷰를 왜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팀스파르타 내부 마케터분들 중에 데이터 ETL 솔루션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이를테면 아드리엘은 너무 느리고 비싸다는둥 등의 말들이 나왔다.
해외 유명 ETL 솔루션인 슈퍼매트릭스는 정말 데이터 통합 추출과 병합에 집중하고 있다면 한국에서의 ETL 솔루션은 마땅히 없다. 그래서 통합 추출 기능이 있는 아드리엘을 대체제로 사용하고 있다. 아드리엘은 본래 데이터를 대시보드화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ETL 만을 필요로 하는 마케터분들에게는 다소 비싸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게되면서 배운 것이 있는데 바로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에는 SAAS 툴의 결이 완전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SAAS 뿐만 아니라 많은 솔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굉장히 뾰족한 경우가 많다. 아주 작은 부분만 해결해주는 서비스임에도 결제를 하고 사용하는 유저가 있다. 오히려 이것 저것 다 해결하는 솔루션은 눈에 띄지 못해 묻히는 분위기이다. 반면에 국내 시장은 뾰족한 서비스면 '그 기능으로 뭘 하라고'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아드리엘 같이 이것 저것 모든 솔루션이 다 붙어있는 아주 무거운 솔루션이 탄생한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나는 한국판 슈퍼매트릭스를 기획하여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곧 접을 예정...)
2주에 걸쳐서 '정말 ETL 솔루션에서의 뾰족한 페인포인트가 실재하나?'의 답을 얻기 위해 23명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뾰족한 페인포인트를 얻기 힘들었다. 더불어 수많은 인터뷰를 카테고리화 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것도 어려웠다. 이 과정에는 크게 3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 질문지를 통일화시키지 못한 것
- 처음에는 마케터분들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못했다. 어떤 데이터를 다루는지조차 모르고 어떤 패턴으로 근무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대게 추상적인 질문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진행하면서 질문을 구체화했다. 질문이 구체적으로 변한 것은 좋으나 질문지가 변경되면서 공통 질문이 없어서져 카테고리화 하기 힘들었다. - 워크플로우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
- 마케터분들이 근무하는 환경과 방식(워크플로우)을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생각보다 전문 용어와 지식들이 난무하여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래서 초반 인터뷰에서는 워크플로우에 대한 이해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 인터뷰이의 세그먼트를 좁히지 못한 것
- 나름 광고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그로스, 퍼포먼스 마케터를 집중적으로 인터뷰 했으나 실제로는 직무보다도 근무환경이 더 중요했다. 사례로 동물 장례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의 마케터는 광고 데이터를 그렇게 많이 다루지 않았다. 애초에 리텐션이 적고 광고를 통해 고객을 얻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육 플랫폼을 다루는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은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시키기 때문에 리텐션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광고로 새로운 유저를 유입시키기 보다는 컨텐츠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뾰족한 페인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아이디어 피벗을 하여 Viewsum!을 기획하게 된다.
2. Viewsum! 기획
프로젝트 피벗과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
기존 아이디어였던 마케터가 사용하는 데이터 툴에서 니치마켓을 찾으려고 했던 것은 생각보다 나에게 버거운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3주차 월요일부터 프로덕트 헌트를 뒤져보거나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10개 이상 정리하여 팀장님이신 재연님과 함께 아데이션을 진행했다.
그렇게 '괜찮은 아이디어'로 선정된 것이 면접 경험을 개선시키는 아이디어였다. 보통 면접관은 직급이 높은 임원급이 진행하게 되므로 면접에 진행되는 큰 리소스를 직접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엔 추상적으로 'AI를 이용하여 경험을 개선시켜보자'는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그 뒤로 Pre-recorded video interview의 내용을 AI가 스크립트화 및 요약하면 채용자가 더 빠르게 영상을 평가하고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채용 경험이 있는 분들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서 페인포인트가 있다는 힌트를 얻게 되었다.
정리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CEO 범규님께 공유
재연님과 함께 정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범규님께 제안을 하기 위해서 Lilys 서비스를 거의 카피하다시피 클로닝을 하여 나의 아이디어를 녹여냈다. 뾰족한 아이디어로 글로벌 시장 검증을 해야했기 때문에 직관적이게 시각화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했었다. 결과는 통과였다.
유저저니맵으로 유저를 공감, 유저스토리로 필요한 기능을 구현
유저저니맵을 그려보고 어떤 세그먼트의 유저가 나의 서비스를 이용할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었고 이에 따른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다.
"채용이 잦은 해외 기업의 임원들은 사전녹화면접을 진행하나 영상을 일일이 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유저들이 나의 서비스 Viewsum!을 사용하면서 겪게되는 상황들을 아주 상세하게 나열하고 그 상황에 필요한 기능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실제로 기능을 구현하고 시장검증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적지 못하고 타협하고 넘어갔다. (실무에서는 더 구체적이고 많은 상황을 다루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이 부분은 스터디를 통해서 더 공부해보고 싶었다.)
이 유저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왜, 무엇을 하는지 작성해야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누가'에는 솔루션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유저스토리를 작성할 때는 크게 지원자, 채용자, Viewsum이 주체가 되었다.
사용자스토리가 구체적인 상황이 되고 그 상황에 대해 어떤 상세한 기능들이 필요할지를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세 기능들에 대한 요구사항명과 추가적으로 알게된 사항이나 참고 사항을 비고란에 작성하면 된다.
이 유저스토리는 요구사항정의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서비스가 시장검증이 되어 개발이 되었다면, 개발자분들은 이 요구사항정의서를 보고 Viewsum! 이라는 서비스에 대해 이해했을 것이다.
검증을 위한 랜딩페이지 제작
랜딩페이지 제작에 앞서 구성 순서를 구상하기 위해 네러티브를 노션으로 쭉 작성하였다. 크게는 유저 공감>솔루션>베네핏을 순서로 보여주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이라서 랜딩페이지도 영어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먼저 한글로된 네러티브를 짜고 번역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다행히 주변에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번역된 버전이 자연스러운지 알맞은 표현인지 물어볼 수 있었다.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히어로 디브였다. 나의 서비스를 짧고 굵게 유입된 유저에게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는 Pre-recorded video interview 전형에서의 솔루션이기 때문에 아주 좁고 깊은 내용이 잘 설명되어야 했다. 그래서 혜택, 서비스 가치를 드러내기보다 어떤 기능을 가진 서비스인지에 대해 더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오게 된 랜딩 디브는 아래와 같다.
Automated summarization of video interview.
Identify key points, review the interview video.
그 다음에 서비스의 작동방식과 더불어 구체적인 기능이 뭐가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결국에는 랜딩페이지는 서비스를 보여주는 포장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MVP 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아이디어 형태에서 바로 수요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머릿속에서 '기능이 구현이 된다면 ~할 것이다'라는 상상을 하면서 기능별 화면을 디자인하고 핵심 피쳐에 넣었다.
피쳐 이미지를 그릴 때의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얼만큼 디테일하게 구현하지?'였다. 지나친 Lo-fi는 어떤 기능인지 알아보기 힘들고 지나친 Hi-fi를 그려내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Lo-fi로 만들어 놓고 조금씩 디테일을 높여나가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사진과 설명을 같이 봤을 때 충분히 납득이 될만한 퀄리티가 될 때까지 말이다.
시장 검증을 위한 소통창구 'Product hunt' 에서 수요조사 실패
나의 아이디어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수요조사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Product hunt에도 하루에 몇 백개의 서비스가 올라오며 회사나 지인 커뮤니티에서 투표를 많이 받아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상위권이 유지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나의 서비스는 그럴 여력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다른 동료와 다르게 도입문의가 단 1건도 들어오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뒤에서도 다시 다룰 내용이겠지만 나의 서비스를 팀스파르타 HR팀에게 보여주자 플랫폼으로 최소한의 기능을 더 갖추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채용자와 지원자가 모두 사용하게 되는 서비스인데 너무 채용자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추가적인 리서치를 해본 결과 애초에 Pre-recorded video interview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Product hunt의 달린 댓글을 보고 랜딩페이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 사진과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해석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Viewsum 팀의 오늘 런칭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 세계의 채용 담당자들이 느낄 안도의 한숨이 벌써부터 상상되네요. 실질적인 질문 하나 드리자면, Viewsum은 요약된 인터뷰 대본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미묘한 후보자의 톤, 바디랭귀지, 혹은 섬세한 신호들을 어떻게 처리하나요?
위 질문의 전제는 'Pre-recorded video interview는 면접자의 비언어적인 부분도 평가한다'이다. 면접영상의 내용을 스크립트로 변환하고 스크립트만 본다고 오해한 것이다. 영상과 스크립트를 동시에 보는 화면이 랜딩페이지에서는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Reddit에도 홍보 글을 올려볼 수 있는데 웬만하면 올리지 않는 게 좋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수요 검증이 실패하여 개발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프로덕트 캠프 3기는 종료하기로 결정되었다. 결정 소식을 듣고 정말 속이 쓰리면서 시원한 기분이었다. 아쉬운만큼 힘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비스 화면이 궁금할 수도 있으니 핵심 피쳐가 들어간 주요 화면만 몇 장 올리겠다!! (두둥)
3. 어떻게 성장했나
데일리 스크럼으로 효과적인 소통
매일 스크럼과 회고를 통해 현재 진행상황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공유하면서 나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지 머리에 그리게 되고 정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움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팀장님과 PM님이 계획을 보고 정확히 어떤 계획인지 질문을 하면서 계획을 수정하거나 변동사항을 공지해주는 등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이제는 린하게 일하지 않는 곳으로는 가지 못할 것 같다.
아무나 붙잡고 무엇이든 물어보살
팀스파르타에서 프로덕트 캠프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스파르타 팀원이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분들에게 무턱대고 찾아가도 어떤 질문이든지 최선을 다해 답변해주셨다. 그래서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서 진행 상황이 더뎌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한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오너쉽을 가지고 일을 하는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나의 프로젝트를 정말 책임감있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오전 7시 20분에 출근해서 오후 7시에 퇴근했다. 주말에도 출근했고 퇴근 후에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덕분에 몸이 아팠다...ㅜㅜ)
게으름과 불규칙함 극복
나의 최대 약점은 게으르다는 것이다. 게을러서 체계적인 생활도 힘들 정도였다. 나 혼자 나를 컨트롤 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환경에 나를 던져야 했고 그렇게 프로덕트 캠프를 시작했다. 팀스파르타에 멋있는 분들이 많은 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고 팀원 뿐만 아니라 팀장님과 PM님도 나에게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직접 말해주었다. 약점을 극복해낸 수준이 아니라 정말 원하는 나의 이상이 내가 되어 있었다. 정말 뿌듯한 경험이다.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
나는 본래 수용하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피드백은 나에게 잔소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 말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지 못하여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팀스파르타에서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로 둘러쌓여 있어서 어떤 피드백이던지 나에게 피와 살이 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사례로 Viewsum!의 MVP를 처음부터 Hi-fi로 만들기보다 Lo-fi로 처음부터 끝 여정을 그려내고 전체 버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다는 피드백을 수용하여 정말 빠르게 디자인을 진행해 나갔다.
설득은 논리보다 호감으로
PM님께 들었던 아주 충격적인 말이 있다. 바로 설득은 논리보다 호감으로 된다는 것이다. 호감도가 높은 사람의 말은 더 자의적으로 더 공감해주고 싶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비호감인 사람의 말은 아무리 논리적이더라도 듣기가 싫어진다. 실제로 근무를 하면서 현지님, 혜민님, 태희님이 굉장히 많이 웃어주시고 웃겨주셔서 근무 환경이 굉장히 부드럽게 느껴졌다. 근무 환경 자체가 호감이었나보다. 말도 적고 잘 웃지도 않았던 나를 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호감형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난 재미가 없으니 많이 웃기라도 해야지...하하하...)
4. 회고 갤러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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